
이탈리아 세리에이는 전통과 낭만이 공존하는 리그로, 각 구단마다 자신만의 전설을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피오렌티나는 ‘보라색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수많은 축구 팬들에게 예술적인 축구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본문에서는 피오렌티나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세 명의 전설적인 선수 —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루이 코스타, 그리고 프랑체스코 톨도 — 를 중심으로 그들의 활약과 유산을 되짚어본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 피렌체의 왕이 된 폭격기
피오렌티나의 레전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Gabriel Batistuta)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스트라이커인 그는 1991년 피오렌티나에 입단한 이후, 팀의 상징이자 도시의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바티스투타의 별명은 ‘바티골(Batigol)’이었다. 이름 그대로 그는 골로 모든 것을 증명했다. 놀라운 슈팅 파워, 감각적인 움직임, 그리고 양발과 헤딩을 모두 활용하는 완벽한 공격수였다. 그는 팀이 세리에이에서 강등됐던 1993년에도 떠나지 않고 세리에B에서 팀을 승격시켰다. 그 충성심 덕분에 팬들은 그를 “피렌체의 왕(Re di Firenze)”이라 부르게 되었다. 1999-2000 시즌, 그는 세리에이에서 23골을 넣으며 피오렌티나를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당시 세리에이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다. 그의 골 세리머니—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듯한 동작—는 지금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가 로마로 이적한 후에도, 피오렌티나 팬들은 경기마다 그의 이름을 외치며 존경을 표했다. 바티스투타는 단순히 득점기계가 아닌, 팀의 영혼이자 도시의 상징이었다.
루이 코스타 – 예술로 경기를 지휘한 보라색 마에스트로
포르투갈의 천재 미드필더 루이 코스타(Rui Costa)는 1990년대 피오렌티나의 중원을 지배했던 예술가였다. 그는 1994년 벤피카에서 피오렌티나로 이적하면서 이탈리아 무대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단순히 ‘기술 좋은 미드필더’가 아닌, 팀 전체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였다. 루이 코스타의 시야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았다. 그는 패스를 단순한 연결 수단이 아니라, 공격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바티스투타와의 호흡은 세리에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콤비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만들어준 절묘한 스루패스와 크로스는 피오렌티나 공격을 폭발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팀은 세리에이와 유럽대항전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뽐냈다. 비록 2001년 재정난으로 AC 밀란으로 이적했지만, 그는 “피렌체는 내 두 번째 고향”이라며 여전히 구단과 팬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루이 코스타는 지금까지도 ‘보라색 축구의 철학’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된다. 그의 플레이는 피오렌티나가 왜 ‘이탈리아 축구의 낭만’이라 불리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프랑체스코 톨도 – 피오렌티나 골문의 수호신
공격의 화려함 뒤에는 언제나 단단한 수비가 있었다. 피오렌티나 역사에서 그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선수가 바로 프랑체스코 톨도(Francesco Toldo)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안정감, 반사 신경,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세리에이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꼽혔다. 톨도는 경기 중 큰 세이브를 연달아 보여주며 팀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했다. 특히 유럽대항전에서 보여준 슈퍼 세이브들은 지금도 피오렌티나 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는 수비라인과의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팀의 밸런스를 유지했고, 경기 중에도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며 리더 역할을 했다. 1996년 코파 이탈리아 우승, 2000년 슈퍼코파 우승 등 구단의 전성기를 함께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유로2000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톨도는 단순한 골키퍼가 아닌, ‘보라색 벽’으로 불리며 피오렌티나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구단의 정신력과 자존심을 상징한다.
[결론] 보라색의 낭만, 세리에이의 전설로 남다
피오렌티나의 역사는 단순히 승패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바티스투타의 열정, 루이 코스타의 예술성, 그리고 톨도의 헌신이 있었다. 이 세 명의 레전드는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피렌체 축구의 정신을 완성했다. 그들은 팀을 떠난 이후에도 ‘보라색 유니폼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지금도 구단의 정체성과 전통을 대표한다. 세리에이가 변화해도, 피오렌티나의 낭만과 자존심은 영원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세 전설이 남긴 ‘보라색의 유산’이 여전히 피렌체의 하늘 아래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