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적인 무대인 세리에이에서 나폴리는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 팀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 도시로서, 나폴리는 경제적 여건이나 정치적 중심에서 밀려 있었지만 축구만큼은 누구보다 뜨겁고 자존심이 강했다. 그 열정의 중심에는 시대를 초월한 세 명의 전설이 존재한다. 디에고 마라도나, 마렉 함식, 그리고 로렌초 인시녜.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나폴리를 이끌며 클럽과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했다. 본문에서는 이 세 선수의 커리어와 철학, 그리고 나폴리 팬들에게 남긴 감동적인 순간들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디에고 마라도나 – 나폴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절대적 존재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는 단순한 축구 스타가 아니라, 나폴리라는 도시 자체를 변화시킨 인물이었다.
1984년 여름, 그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짧고 굴곡진 시절을 뒤로하고 세리에이 중위권 팀이던 나폴리로 이적했다. 당시 많은 이들은 그가 몰락한 슈퍼스타라고 여겼지만, 마라도나는 단 2년 만에 나폴리를 이탈리아 최고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천부적인 드리블 능력과 창의적인 시야, 정교한 왼발 킥으로 세리에이의 강력한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다. 1986-87 시즌, 마라도나는 팀을 창단 이래 처음으로 세리에이 우승과 코파 이탈리아 더블 우승으로 이끌며 나폴리 전역을 열광시켰다.
이 시기 나폴리는 단순한 축구 클럽이 아닌 남부의 자존심이었다. 북부 도시 밀란, 토리노 중심의 축구 구도 속에서 마라도나는 “남부에도 영웅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경기 외적으로도 나폴리 시민들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며, 그들의 사회적 열등감과 분노를 ‘자존심’으로 바꾸었다.
1990년 두 번째 세리에이 우승을 달성하며 마라도나는 진정한 전설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개인적 문제로 떠나게 되었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나폴리의 거리, 벽화, 경기장(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곳곳에 남아 있다.
그는 나폴리에게 단순한 외국인 용병이 아니라, ‘하늘이 보낸 축복’으로 기억된다.
마렉 함식 – 헌신과 리더십으로 완성한 새로운 황금기
마라도나가 ‘기적의 시작’이었다면, 마렉 함식은 나폴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 인물이었다.
2007년 슬로바키아 출신의 20대 초반 유망주로 팀에 합류한 그는, 2019년 떠날 때까지 무려 12년간 나폴리의 중심에서 뛰었다. 그의 특징은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이었다. 패스의 정확도, 경기 조율 능력, 전술적 지능은 세리에이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함식은 팀이 어려울 때마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팀을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수였다. 세리에이 특유의 수비 중심 전술 속에서도 공격의 리듬을 이끌어가며, 하드 워커이자 전술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가 남긴 통계는 나폴리 역사 그 자체다. 520경기 이상 출전, 121골을 기록하며 클럽 최다 득점자이자 최다 출장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으로 팀 동료들을 안정시켰고,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나폴리 팬들에게 ‘우리의 캡틴’이라 불렸다.
함식의 존재는 단순히 경기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젊은 인시녜나 메르텐스 같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감독 사리와 함께 ‘현대적 나폴리 축구’를 구축했다. 그가 떠난 이후에도 나폴리의 전술적 기반은 여전히 그의 철학 위에 서 있다.
로렌초 인시녜 – 나폴리 DNA를 잇는 마지막 전설
로렌초 인시녜는 앞선 두 전설과 달리, 태생부터 나폴리인이었다.
나폴리 근교 프라타마조레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이 점에서 그는 ‘나폴리가 키운 아들’이자 ‘도시가 낳은 스타’였다.
그의 경기 스타일은 작지만 폭발적이었다. 키 163cm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른 드리블과 강력한 왼발 슈팅,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컷인 플레이로 수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의 감아 차기 슛은 ‘인시녜존’이라 불릴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팀의 주장으로 활약하며 나폴리를 유럽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팀으로 이끌었다. 2020년대 초반, 인시녜는 세리에이와 유로파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팀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팬들에게 단순한 스타가 아닌, ‘도시의 아들’이었다. 경기 중 골을 넣은 뒤 나폴리 문양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2022년 토론토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지만, 나폴리 팬들은 여전히 그를 “우리의 캡틴”이라 부른다. 인시녜는 세리에이 무대에서 나폴리의 열정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표현한 마지막 세대의 레전드였다.
[결론] 세 시대를 잇는 나폴리의 영혼
마라도나, 함식, 인시녜.
세 명의 이름은 각각 다른 시대를 대표하지만,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동일하다. 바로 “나폴리는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이다.”
마라도나는 나폴리를 세계에 알렸고, 함식은 그 명예를 지켰으며, 인시녜는 그 DNA를 후대에 전했다.
이 세 전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나폴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헌신과 열정은 세리에이의 역사뿐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 울려 퍼지는 함성 속에는, 세 시대를 살아간 레전드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이 세 명의 나폴리 전설을 통해 ‘팀을 넘어선 역사’와 ‘도시의 자부심’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