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구단 중 하나로, 전통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명문 팀으로 평가받습니다. 1886년 창단된 이후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 갔지만, 그중에서도 특정 몇 명의 선수들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팀의 승리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클럽의 철학과 축구 스타일, 그리고 팬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통계적 업적, 리더십, 상징성을 기준으로 아스날 역사 속 진정한 레전드 세 명 — 티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이라, 데니스 베르캄프를 선정했습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팀을 상징했던 세 선수의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유산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티에리 앙리 (Thierry Henry) — 아스날의 상징
티에리 앙리는 1999년 아스날에 입단하며 아르센 벵거 감독의 신뢰 속에 성장한 선수입니다. 초창기에는 윙어로 출전했지만, 벵거는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냉정한 마무리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스트라이커로 전환시켰습니다. 그 결과 앙리는 EPL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 잡았으며, 아스날의 전술적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의 아스날 통산 기록은 377경기 228골 90도움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는 단순히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는 공격수’였습니다. 상대 수비수를 혼란에 빠뜨리는 드리블, 정확한 위치 선정, 그리고 침착한 슈팅 능력은 그를 ‘EPL 최고의 피니셔’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2003-2004 시즌, 아스날이 무패 우승(Invincibles)을 달성했을 때 앙리는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리그에서만 30골 이상을 기록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고, 그 시즌의 ‘PFA 올해의 선수상’과 ‘골든부트’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앙리의 플레이는 단순히 효율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축구’를 구현한 선수였습니다. 왼발과 오른발, 심지어 논스톱 슛까지 완벽히 구사하며, 팬들에게 예술적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아스날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앞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예가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한 ‘축구의 왕’에 대한 찬사입니다.
패트릭 비에이라 (Patrick Vieira) — 아스날의 심장
패트릭 비에이라는 아스날의 황금기를 이끈 또 다른 전설로, 그의 존재는 팀의 균형과 리더십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1996년 벵거 감독 부임 직후 합류한 비에이라는 단번에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의 피지컬은 강력했지만, 단순히 ‘거친 미드필더’가 아니라 지능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그는 191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순발력과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졌습니다. 1998년, 2002년, 2004년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수차례 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아스날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비에이라의 진정한 가치는 통계 너머에 있었습니다.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리더로서 역할을 다했습니다. 경기 중 상대 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으며, 젊은 선수들이 그를 ‘롤모델’로 따를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존재였습니다. 특히 2003-2004 시즌 무패 우승 당시,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모든 경기에 거의 출전하며 팀의 정신적 기둥이 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공을 빼앗는 수준을 넘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핵심축이었습니다. 그가 떠난 뒤 아스날은 오랫동안 그와 같은 ‘중원의 리더’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비에이라는 팀의 구조를 완성한 존재였으며, 그가 남긴 ‘강인함과 균형감’의 철학은 오늘날까지도 아스날 미드필드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데니스 베르캄프 (Dennis Bergkamp) — 예술로 축구를 표현한 남자
데니스 베르캄프는 ‘축구의 예술가’로 불렸습니다. 1995년 인테르 밀란을 떠나 아스날에 입단한 그는, 당시로서는 드문 ‘지능형 플레이메이커’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공을 다루는 기술과 경기 감각이었습니다. 그는 공이 발에 닿는 순간 완벽한 제어를 보여주며, 단 한 번의 터치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곤 했습니다. 1997-1998 시즌, 베르캄프는 16골과 13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날의 더블(리그+FA컵 우승)을 견인했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시야와 패스 능력은 당시 EPL의 전술적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고, 아스날이 ‘아름다운 축구’로 불리게 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베르캄프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는 2002년 뉴캐슬전의 ‘회전 트래핑 골’입니다. 그는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공을 한 번 돌려놓은 뒤, 완벽한 감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EPL 역사상 가장 예술적인 골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베르캄프는 단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전술적 예술가였습니다. 그는 경기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며, 주변 선수들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앙리가 “내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베르캄프 덕분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동료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존재였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은퇴 이후에도 이어졌으며, 현재도 많은 아스날 팬들이 그를 “클럽 역사상 가장 우아한 선수”로 꼽습니다.
결론
세 명의 선수 — 티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이라, 데니스 베르캄프는 각자의 위치에서 아스날의 정체성을 완성시킨 인물들입니다. 앙리는 득점력과 상징성으로 클럽의 얼굴이 되었고, 비에이라는 팀의 중심을 잡은 리더였으며, 베르캄프는 축구의 예술을 구현한 천재였습니다.
그들이 함께 뛰던 시기, 아스날은 단순히 승리하는 팀이 아니라, ‘아름답게 이기는 팀’으로 불렸습니다. 그 시절의 축구는 전 세계 팬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아스날의 팬들에게는 추억이자 자부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팬들이 이들의 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이유는, 그들의 축구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이 세 전설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아스날의 영혼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