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세리에이에서 ‘로마’라는 도시는 두 가지 색으로 나뉜다. 붉은색의 AS 로마가 있다면, 하늘색의 라치오가 있다. 라치오는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 로마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자존심이자 역사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팀의 영광스러운 순간에는 언제나 세 명의 전설적인 선수가 있었다. 알레산드로 네스타,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그리고 치로 임모빌레. 본문에서는 이 세 선수가 라치오에 남긴 유산과 세리에이 역사 속에서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룬다.
알레산드로 네스타 – 완벽한 수비의 교과서
알레산드로 네스타는 라치오 유스 출신으로, 이탈리아가 배출한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993년 18세의 나이로 1군 데뷔한 그는 곧 팀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수비’가 아니라 ‘예술’에 가까웠다. 네스타의 장점은 예측 능력과 위치 선정이었다. 그는 거친 태클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지능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공을 다루는 기술도 뛰어나 빌드업의 시작점 역할을 하며, 현대 축구의 전형적인 ‘플레잉 센터백’의 원형으로 불린다. 1999-2000 시즌, 네스타는 라치오의 주장으로 세리에이 우승과 코파 이탈리아, 유럽 슈퍼컵 등 다수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라치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으로 기록된다. 그는 팀을 대표하는 리더였고, 라치오 팬들에게 “로마 하늘의 수호신”이라 불렸다. 2002년 구단 재정 문제로 밀란으로 이적했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진정한 라치오의 심장으로 기억한다. 그의 침착한 경기 운영과 리더십은 이후 라치오 수비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 천재 미드필더의 시대
1990년대 말, 세리에이는 전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다. 그 시대 라치오의 중원을 지배한 인물이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미드필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다. 베론은 1999년 파르마에서 라치오로 이적하며 팀의 중원에 새로운 차원을 불어넣었다. 그의 시야, 패스 능력, 그리고 정교한 킥은 팀 공격의 모든 시작점이었다. 라치오 팬들은 그를 ‘마법사’라 불렀다. 그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환상적인 프리킥을 보여줬고, 마르첼로 살라스와 시뇨리, 시몽이와 같은 공격수들을 살려주는 패스로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1999-2000 시즌 라치오가 세리에이와 컵대회를 제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베론의 존재였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화려함이 아닌, 전술적 이해에 기반한 계산된 예술이었다. 베론은 ‘남미의 창의성과 유럽의 전술’을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선수였다. 그가 떠난 이후 라치오의 중원은 오랫동안 그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지금도 팬들은 그를 “라치오 역사상 가장 지적인 플레이메이커”로 추억한다.
치로 임모빌레 – 현대 라치오의 상징
세리에이 현대 축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치로 임모빌레다. 2016년 라치오에 입단한 그는 팀의 공격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 놓았다.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으로,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 결정력, 그리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감각은 최고 수준이었다. 임모빌레는 단순한 득점왕을 넘어 ‘라치오의 정신적 리더’였다. 그는 2019-2020 시즌 세리에이에서 36골을 기록하며 유럽 골든슈를 수상했고, 이는 이탈리아 선수로서는 드문 대기록이었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전성기 인자기나 비에리의 재림을 보는 듯했다.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과 순간적인 판단력은 라치오 공격 전술의 핵심이었다. 또한 그는 경기 외적으로도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팬들과의 교감, 클럽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 덕분에 라치오의 ‘현대판 네스타’로 불린다. 지금도 그는 라치오의 역대 최다 득점자로 기록되고 있으며, 세리에이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 임모빌레는 라치오가 단순히 과거의 명문이 아니라, 현재도 경쟁력 있는 팀임을 증명한 인물이다.
[결론] 세 시대를 이은 라치오의 정신
라치오의 역사는 곧 세 명의 전설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네스타의 철벽 수비, 베론의 천재적 패싱, 임모빌레의 폭발적 골 결정력은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로마 하늘 아래, 하늘색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입은 진정한 라치오인”이었다. 라치오는 언제나 로마의 또 다른 얼굴이자, 세리에이 속 남부적 열정과 북부적 냉철함이 공존하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 세 선수의 활약 덕분에 라치오는 지금도 전통과 자존심을 잃지 않고 있다. 라치오 팬이라면, 이 세 전설의 이름을 통해 로마의 또 다른 자부심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